우리 삶의 터전이었던 농어촌 지역이 언제부터인지 선교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대부분의 청년이 농어촌을 떠나고 나이든 어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어촌 교회는 성장은커녕 자립 기반마저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 농어촌 미자립 교회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새로 안수받은 목회자들이 농어촌을 외면하고 기존의 농어촌 목회자들마저 힘겨운 목회 현실을 토로하며 도시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농어촌 교회는 머지않아 공동화(空洞化)돼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농어촌 교회가 자립 기반을 갖추고 되살아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예장통합 총회 농어촌선교연구소(소장 김남송 목사)가 최근 펴낸 농어촌선교 모범사례집은 이같은 명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농어촌선교 모범사례집은 농어촌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생명을 살리는 선교의 주체로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보전하는 사명감을 띠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사례집은 5개 영역으로 나눠 농어촌 교회에 적합한 다양한 선교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제1부에서는 농어촌 현장 목회자들이 말하는 효율적인 농어촌 전도방법 및 선교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 지리산 기슭에 위치한 덕산교회에서 22년째 시무하고 있는 이호준 목사는 기존의 전도방법과 농촌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도방법을 비교,분석하면서 한국 농촌 상황에 맞는 전도 커뮤니케이션으로의 갱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지리산 선교동지회 전도의 실제를 소개하면서 선교대상이 되는 농촌사람들과 함께 살아주는 것 즉,복음을 말로만 전할 것이 아니라 생활로 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북 익산 웅포교회에서 21년째 시무하고 있는 박재용 목사는 농촌교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의 문제점을 13가지로 정리했다. 농촌교회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생각,농촌교회 목회자들의 게으름,농촌교회를 징검다리로 생각하며 탈농촌화를 꿈꾸는 것,더 많은 연구를 하지 않으며 자기 교회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는 것,곧 떠날 것을 생각해 지역사람들과 견고한 유대관계를 맺지 않는 것,장기 목회계획이 약하고 성도들에게 비전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 등이다. 박 목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농촌 목회자의 세가지 유형 가운데 지역과 프로그램을 공유하면서 그 지역을 정신적으로 이끌어가며 섬기는 목회 유형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백운교회(남상도 목사)는 지역사회운동을 통해 지역의 필요를 교회가 앞장서서 해결할 때 지역 주민이 교회일에 적극 동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90년대에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유기농업에 관심을 갖고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도·농 교류 사업을 시작,매출 12억원 규모의 유통공동체인 한마음공동체를 일구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농촌이 단순히 농산물 공급에 그치지 않고 쾌적한 자연환경 보전과 문화적 가치 전승 등 다양한 가치를 유지,보전함으로써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창조질서를 지켜낼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3부에서는 농촌교회가 펼치는 복지선교의 모형으로 작은교회 석병교회 광덕교회 중촌교회의 선교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석병교회(이훈 목사)는 노인복지를 통해 성장한 모형이다. 석병교회는 이농현상으로 폐교된 초등학교를 사들여 양로시설을 완비하고 현재 51명의 어려운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51명 가운데 90% 이상이 믿지 않은 상태에서 양로원에 입소해 지금은 100% 믿음생활을 하고 있다. 교회가 모범적으로 어른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도가 꾸준히 늘어 현재 200명 이상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4부에서는 다양한 농촌 상황별 교회전도 모형으로 새암교회 임불교회 월평교회 화방교회 송학교회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어촌선교의 전략으로 섬주민 90%를 복음화한 노대교회와 선교센터 건립을 통해 지역의 선교적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는 하의대리교회 등 섬지역의 선교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농어촌선교 모범사례집은 예장통합 교단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을 생명살리기운동 1단계로 선포하고 이 운동의 일환으로 모범사례를 모은 것이지만 이론과 실제에서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농어촌 미자립 교회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